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 들고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낯선 단어 하나에 시선이 멈춘다.
‘이상지질혈증’.
딱히 몸이 아픈 것도 없고, 특별한 증상을 느낀 적도 없는데 결과지에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괜히 불안해져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무서운 질환 이야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상지질혈증은 이렇게 증상이 거의 없어서 더 쉽게 지나치게 되는 질환이다.
하지만 조용히 혈관을 손상시키며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확히 알고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이상지질혈증이 무엇인지, 왜 생기는지, 어떤 기준으로 진단되는지, 그리고 일상에서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하나씩 풀어보려고 한다.
이상지질혈증이란 무엇일까
이상지질혈증은 혈액 속에 있는 지질 성분의 균형이 깨진 상태를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지질은 주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의미한다.
예전에는 ‘고지혈증’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지만, 요즘은 수치가 단순히 높기만 한 상태가 아니라 낮아야 할 것은 높고, 높아야 할 것은 낮은 상태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이상지질혈증’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즉, 다음과 같은 경우 모두 이상지질혈증에 해당한다.
총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
LDL 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
HDL 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
중성지방이 높은 경우
이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이상지질혈증으로 진단될 수 있다.
콜레스테롤은 무조건 나쁜 걸까
콜레스테롤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무조건 몸에 나쁜 것”이라는 생각이다.
사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세포막을 구성하고, 호르몬과 담즙산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제는 균형이다.
LDL 콜레스테롤이 과도하게 많아지면 혈관 벽에 쌓이기 시작하고, 이로 인해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진다.
반대로 HDL 콜레스테롤은 혈관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운반해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단순히 “콜레스테롤이 높다”가 아니라, 어떤 종류가 얼마나 높은지가 중요하다.
이상지질혈증의 원인
이상지질혈증은 한 가지 원인으로 생기기보다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1. 식습관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이 많은 음식, 잦은 외식, 가공식품 위주의 식단은 혈중 지질 수치를 빠르게 악화시킨다.
특히 튀김, 패스트푸드, 과자류는 영향을 크게 미친다.
2. 운동 부족
신체 활동이 줄어들면 에너지 소비가 감소하고, 중성지방이 쉽게 쌓인다.
또한 HDL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아지기 쉽다.
3. 비만
특히 복부 비만은 이상지질혈증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내장지방이 많을수록 지질 대사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4. 유전적 요인
가족 중 이상지질혈증이나 심혈관 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수치가 높게 나타날 수 있다.
5. 기저 질환
당뇨병, 갑상선 질환, 신장 질환 등도 이상지질혈증 발생 위험을 높인다.
이상지질혈증의 증상은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놀라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이상지질혈증 자체로는 뚜렷한 증상이 거의 없다.
몸이 불편하지 않기 때문에 “괜찮겠지” 하고 넘기기 쉽다.
하지만 문제는 혈관 속에서 조용히 진행된다는 점이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한 이후인 경우도 많다.
드물게는 눈꺼풀 주변에 노란색 지방 침착이 생기거나, 힘줄 부위에 덩어리가 만져지는 경우도 있지만 흔한 증상은 아니다.
왜 이상지질혈증이 위험할까
이상지질혈증이 위험한 이유는 혈관 질환의 시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면 죽상동맥경화가 진행되고, 이는 다음과 같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말초혈관 질환
이런 질환들은 갑작스럽게 생명을 위협하거나, 회복 이후에도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검사와 진단 기준
이상지질혈증은 혈액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일반적으로 공복 상태에서 검사를 시행한다.
대표적인 기준은 다음과 같다.
LDL 콜레스테롤: 100mg/dL 미만 (위험군은 더 낮게)
HDL 콜레스테롤: 40mg/dL 이상
중성지방: 150mg/dL 미만
개인의 건강 상태와 위험 요인에 따라 목표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
치료는 꼭 약을 먹어야 할까
이상지질혈증 치료는 생활습관 개선이 기본이다.
수치가 경미한 경우에는 식습관과 운동만으로도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
.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약물 치료가 권장된다.
생활습관 개선에도 수치가 개선되지 않는 경우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은 경우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동반된 경우
약물 치료는 평생 먹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망설이는 사람이 많지만, 이는 개인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중단 여부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약물 치료에 대한 오해
“콜레스테롤 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모든 약물에는 부작용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사용되는 약물은 안전성이 많이 검증되어 있다.
정기적인 검사와 함께 복용하면 위험은 매우 낮다.
오히려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약을 피하는 것이 더 큰 위험을 부를 수 있다.
식단 관리의 핵심
이상지질혈증 관리에서 식단은 매우 중요하다.
기름진 음식 줄이기
튀김보다 굽기, 찌기 선택
채소와 식이섬유 충분히 섭취
생선, 견과류 활용
당분과 음주 줄이기
극단적인 제한보다는 지속 가능한 식습관이 핵심이다.
운동은 얼마나 해야 할까
주 3~5회, 한 번에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이 권장된다.
걷기, 자전거, 수영처럼 무리가 적은 운동이 좋다.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다.
이상지질혈증은 완치될까
이상지질혈증은 감기처럼 완치되는 질환이라기보다는 관리하는 질환에 가깝다.
하지만 꾸준한 관리로 정상 수치를 유지하며 건강한 삶을 충분히 이어갈 수 있다.
이상지질혈증은 조용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질환이다.
증상이 없다고 방심하지 말고, 수치를 통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읽어야 한다.
관리의 시작은 두려움이 아니라 이해다. 정확히 알고,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치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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