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날 음식 이야기, 왜 전·나물·잡채일까
설날 음식이라고 하면
사람마다 떠올리는 메뉴는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많은 집에서 공통적으로 식탁에 오르는 음식이 있다.
바로 전, 나물, 잡채다.
이 세 가지 음식은
눈에 확 띄는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설날 상차림을 단단하게 받쳐주는 중심축 같은 존재다.
화려하지 않아 보여도
없으면 허전하고,
있으면 “아, 설날이구나” 하고 실감 나게 만드는 음식들이다.
전(煎), 설날 상의 얼굴 같은 음식
전은 왜 명절마다 빠지지 않을까
전은 설날뿐 아니라
대부분의 명절에 빠지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여러 재료를 한 번에 활용할 수 있고
많은 사람과 나눠 먹기 좋으며
차례상과 밥상 모두에 어울리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은
만드는 사람에게는 결코 간단한 음식이 아니다.
집집마다 다른 전의 종류
전이라고 해서 다 같은 전이 아니다.
집안마다, 지역마다 전의 종류는 제각각이다.
- 동태전
- 호박전
- 두부전
- 깻잎전
- 꼬치전
어떤 집은 고기 위주로,
어떤 집은 채소 위주로 전을 준비한다.
이 차이는
그 집의 식습관이자
세대를 거쳐 내려온 방식이다.
전을 부치며 생기는 명절 풍경
전은
만드는 과정 자체가 명절의 풍경이 된다.
기름 두른 팬
지글지글 소리
계속 뒤집는 손
“이거 아직 덜 됐다”
“불 좀 줄여라”
부엌에서 오가는 말들 속에는
짜증도 있고, 웃음도 있고, 정리되지 않은 감정도 섞여 있다.
그래서 전은
먹는 음식이면서
명절의 노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음식이기도 하다.
나물, 조용하지만 가장 깊은 음식
설날 나물이 특별한 이유
나물은 전이나 잡채보다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설날 음식에서
나물이 빠지면 전체가 어딘가 허전해진다.
나물은
자연의 기운을 담은 음식이다.
예전에는
겨울 동안 저장해 두었던 나물을 꺼내
새해 첫날에 먹었다.
그 자체로
“자연과 함께 한 해를 시작한다”는 의미였다.
설날에 자주 올라오는 나물들
- 시금치나물
- 고사리나물
- 도라지나물
- 콩나물
조리법은 단순하지만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이다.
특히 간을 세게 하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물은
요리 실력보다
손맛과 경험이 더 크게 작용한다.
나물은 왜 어른들 음식처럼 느껴질까
어릴 때는
나물보다 전이나 잡채에 손이 먼저 갔다.
나물은 심심하고, 별맛 없는 음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나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속이 편안하고
과하지 않아서다.
그래서 나물은
설날 음식 중에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진가를 느끼게 되는 음식이다.
잡채, 명절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음식
잡채가 설날 음식이 된 이유
잡채는 원래
궁중 음식에서 시작된 요리다.
여러 재료를 한데 섞어 만든다는 점에서
풍요와 화합을 상징한다.
설날에 잡채가 빠지지 않는 이유도
이 상징성과 무관하지 않다.
“올해도 잘 섞여서
조화롭게 살아가자”는 의미가
잡채 한 접시에 담겨 있다.
잡채는 왜 만들기 어려울까
잡채는 보기엔 단순해 보이지만
막상 만들려면 쉽지 않다.
- 재료 하나하나 따로 손질
- 각각 따로 볶기
- 마지막에 간 맞추기
조금만 방심하면
당면이 퍼지거나
전체 맛이 따로 놀기 쉽다.
그래서 잡채는
명절 음식 중에서도
유독 “손 많이 가는 음식”으로 꼽힌다.
잡채는 이상하게 많이 남는다
재밌는 점은
잡채는 늘 넉넉하게 만들고
항상 남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명절 다음 날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잡채도
이상하게 맛있다.
그때는
명절의 분주함이 지나가고
조금 느슨해진 마음으로 먹게 되기 때문이다.
전·나물·잡채, 세 음식의 공통점
이 세 가지 음식에는
공통점이 있다.
혼자 먹기보다는 나누는 음식
미리 준비해야 하는 음식
과정이 중요한 음식
그래서 이 음식들은
명절이라는 시간과 잘 어울린다.
빠르게 만들 수 없고
혼자서 간단히 해결하기도 어렵다.
그만큼
사람과 시간이 얽혀 있는 음식들이다.
요즘 설날 음식은 달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설날 음식 문화도 많이 달라졌다.
- 전은 사서 먹거나
- 나물은 간소화하고
- 잡채는 아예 생략하는 집도 많다
이 변화가
전통을 무너뜨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전통은
억지로 지킬 때보다
생활에 맞게 조정될 때
더 오래 남는다.
설날 음식의 진짜 의미
설날 음식의 진짜 의미는
“얼마나 많이 차렸느냐”가 아니다.
누군가를 떠올리며
조금 더 신경 써서 준비했는지,
함께 먹는 시간을 가졌는지가 더 중요하다.
전 한 장
나물 한 젓가락
잡채 한 입
그 안에 담긴 마음이
설날을 설날답게 만든다.
전, 나물, 잡채는
화려한 주인공은 아니다.
하지만
이 음식들이 있어야
설날 식탁이 완성된다.
해마다 조금씩 달라져도
이 음식들이 주는 정서만큼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올해 설날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조금 덜 차려도 괜찮다.
함께 먹고
잠시 쉬고
서로 안부를 묻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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