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손님
당뇨,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손님에 대하여 - 일상 속에서 다시 바라본 혈당 이야기

사람은 누구나 몸속에서 끊임없이 에너지를 만들어 내며 살아간다.
그 에너지의 시작점에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 있다.
밥 한 숟가락, 빵 한 조각, 혹은 달달한 과일 하나까지도 모두 우리 몸속에서 포도당이라는 연료로 변해 세포에 공급된다.
세포는 이 포도당을 받아들여야 힘을 낼 수 있다.
이 단순해 보이는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갑자기 평소와 전혀 다른 몸의 반응을 마주하게 된다.
바로 많은 사람이 두려워하는 그 단어 당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당뇨라는 병은 너무 흔하게 들려서, 너무나 익숙해서, 혹은 “나랑 상관없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정작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하는 병 중 하나다.
하지만 막상 주변을 챙겨보면 부모님, 친척, 직장 동료, 친구 중 단 한 명도 당뇨 환자가 없는 경우는 드물다.
때로는 본인 몸에서 조금씩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도 바쁘다는 이유로 넘겨버릴 때가 있다.
그래서 오늘은, 당뇨에 대해 알아볼려고 한다.
당뇨는 어떤 병일까?
당뇨는 혈액 속에 녹아 있는 포도당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남아서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 몸에서는 식사를 하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어 포도당을 세포로 보내주는 문 열쇠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인슐린이 충분히 나오지 않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포도당은 문 밖에서 기다리기만 한다.
세포는 연료를 못 받으니 지치고, 포도당은 피 속에 쌓이기만 한다.
이 상태가 반복되다 보면 몸 여기저기에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당뇨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① 1형 당뇨병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베타세포가 거의 파괴되어 인슐린이 부족해지는 경우다. 보통 어린 나이에서 발병하는 일이 많다.
② 2형 당뇨병
전체 당뇨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인슐린은 나오지만 제 역할을 못하는 상태, 즉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 경우다.
식습관, 운동 부족, 스트레스, 체중 증가 등 여러 생활 요인이 얽혀서 발생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겪는 건 2형 당뇨병이다. 생활습관병 이라는 말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당뇨가 무서운 진짜 이유 #수치보다 합병증
많은 사람들이 당뇨를 단순히 혈당 높은 병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당뇨가 무서운 건 수치 자체가 아니라 그 뒤에 따라오는 합병증이다.
혈당이 오래 높게 유지되면 몸속 혈관이 조금씩 손상된다.
혈관이 손상된다는 건 매일 조금씩 길이 파손되는 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그 혈관은 눈에도, 신장에도, 발끝에도, 심장에도 모두 연결되어 있다.
대표적인 합병증들
- 당뇨망막병증
시야가 흐려지고 심하면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다. - 당뇨신증
신장이 망가지면서 투석을 해야 하는 단계까지 갈 수 있다. - 신경병증
손발 저림, 통증, 감각 저하 등이 오는 경우. - 말초혈관질환
발에 궤양이 생기고 잘 낫지 않아 절단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 심혈관 질환
뇌졸중, 심근경색 위험이 높아진다.
이런 설명을 읽으면 누구든 겁이 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절대 갑자기 이렇게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상당수는 관리만 잘하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이상 신호는 평소에 온다 # 몸은 미리 알려준다
대부분의 2형 당뇨 환자들은 진단받기 전 이미 여러 신호를 겪었다고 말한다.
단지 그것을 피곤해서 그렇겠지라고 넘긴 것뿐이다.
대표적인 초기 증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물을 자주 마시고 갈증이 유난히 심해진다.
- 화장실을 자주 간다.
- 이유 없이 체중이 줄어든다.
-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
- 식후 유난히 졸리다.
- 손발 저림이 간헐적으로 느껴진다.
하나만 있다고 당뇨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신호가 복합적으로 보일 때는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똑똑하고, 위험이 다가오면 조용히 신호를 준다.
식습관 이야기 # 먹는 것이 정말 중요할까?
당뇨 관리에서 식습관은 의사들이 한목소리로 가장 먼저 언급하는 요소다.
사실 누구나 알고 있는 말이지만, 실천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식습관의 핵심 원리
- 당을 빠르게 올리는 음식은 피하기.
- 한 번에 많이 먹지 않기.
- 탄수화물 비중을 줄이고 단백질과 채소를 늘리기.
우리가 흔히 먹는 흰쌀밥, 빵, 떡, 라면, 과자는 혈당을 빠르게 끌어올린다.
반대로 쌈채소, 생선, 두부, 달걀처럼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은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만들어 준다.
그렇다면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 리스트가 정말 필요할까?
실제로는 절대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은 거의 없다.
중요한 건 어떻게 먹느냐다.
예
- 밥을 먹더라도 양을 줄이고, 반찬을 단백질·채소 중심으로 구성한다.
- 후식을 먹어야 한다면 식사와 2시간 정도 간격을 둔다.
- 과일을 먹을 땐 한 번에 많이 먹지 않고 세끼 식사 안에서 조금씩 나눈다.
불편한 식습관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지속 가능한 방식이 결국 가장 좋은 방식이다.
운동이 필요한 이유 # 살 빼려고 하는 게 아니다
당뇨 환자에게 운동은 단순히 체중 감량 목적이 아니다.
운동은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어떤 운동이 좋을까?
- 걷기
가장 쉽고 가장 효과적이다. 하루 30분이라도 꾸준히 하면 혈당 조절에 큰 도움이 된다. - 근력 운동
근육량이 늘어나면 포도당을 저장할 ‘창고’가 늘어나는 것과 같다. - 적당한 강도의 유산소 운동
가볍게 숨이 차는 정도가 이상적이다.
운동의 핵심은 강도가 아니라 꾸준함이다.
매일 20~30분 걷는 사람이 일주일에 한 번 격하게 운동하는 사람보다 혈당 조절이 훨씬 안정적이라는 연구도 많다.
약에 대한 오해 # 약을 먹는다고 실패한 건 아니다
특히 나이가 있는 부모님 세대의 경우, 약을 시작하면 평생 약 먹어야 한다는데…하고 걱정한다.
하지만 이것은 절대 잘못된 생각이다.
당뇨 약은 몸이 부족해하는 기능을 도와주는 도구일 뿐이다.
음식 조절과 운동만으로 조절이 안 될 때 약을 쓰거나, 합병증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쓰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건 약을 먹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혈당이 잘 관리되고 있느냐이다.
당뇨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일상에서 배운 것들
당뇨를 오래 관리해온 사람들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절대로 자신을 환자로 규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표현한다.
- 나에게 맞는 생활 리듬을 찾았다.
- 식사량을 알게 되니까 속도도 조절되더라.
- 조금 더 움직이니까 몸이 가벼워졌다.
- 식습관 관리하면서 가족 식단도 더 건강해졌다.
당뇨는 고혈압이나 관절염처럼 관리하는 병이다.
절망의 병도 아니고, 두려움의 병도 아니다.
조금의 주의와 꾸준함만 있다면 누구나 일상 속에서 충분히 조절 가능한 병이다.
결국 중요한 건 #지금부터
당뇨는 어느 날 갑자기 발병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수년간의 생활습관이 만들어낸 결과다.
그렇기 때문에 바꾸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중요한 건 완벽함이 아니라 지속성,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조절법을 찾는 것이다.
누군가는 식사 조절이 먼저 맞을 수 있고, 누군가는 운동부터 시작하는 게 편할 수 있다.
또 누군가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혈당이 놀라울 정도로 안정되기도 한다.
당뇨는 단순히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리듬을 조정하는 문제다. 그 리듬을 조용히 손보면, 우리의 몸은 생각보다 빨리 반응한다.
당뇨는 손님처럼 다루면 된다
당뇨를 하나의 손님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불쑥 찾아와서 우리 생활에 끼어드는 손님. 내쫓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집안 전체를 내줄 필요도 없다.
우리가 문을 열어주되, 방을 하나 내주되, 규칙을 정해 함께 살아가면 된다.
때로는 귀찮을 때도 있고, 신경 쓰이기도 하지만
그 손님을 잘 관리할수록 집은 더 정돈되고 정리가 된다.
당뇨는 그렇게 우리에게
삶의 리듬을 되돌아보게 하는 기회를 주는 존재인지 모른다.
오늘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당뇨가 있든 없든, 지금의 생활 습관을 조금만 들여다봐도 좋다.
몸은 늘 신호를 주고 있었고,
우리는 그 신호를 조금만 더 귀 기울여 들으면 된다.